풍은재(風隱齋)는 가평군 목동리의 외진 자연 속에 놓인 주택이다. 건축주는 자연에 몰입하면서도 외부 시선은 차단하길 원했고, 이에 건축은 열림과 닫힘의 이분법 대신 경계를 섬세히 조율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형을 절개하기보다는 곡선을 따라 감싸는 외피를 적용해 시선·동선·기능이 유기적으로 흐르도록 구성했고, 다공성 외피는 외부 시선을 걸러내며 자연을 층위적으로 내부에 끌어들인다.
풍은재는 동선 구성에서도 공간 전이의 리듬을 형성한다. 외부인은 게스트룸과 운동실 등 외곽 공간을 거쳐 필로티 회랑을 지나 중정과 맞닿은 내부로 진입한다. 1층은 마당을 향해 열린 거실, 주방, 식당이 연속 배치되며, 외피와 커튼월을 통해 자연의 빛과 바람이 능동적으로 실내로 유입된다. 2층은 침실군을 중심으로 회유형 복도가 순환하며, 중정을 향한 투과로 시선은 자연과 연결되고 감각의 안정감이 더해진다. 온수풀은 천창을 통해 하늘과 이어지고, 수면에 반사된 빛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감각을 형성한다. 외부 테라스와 맞닿은 선베드 공간은 거주의 감각이 자연과 접속되는 가장 은밀한 장소다. 분리된 운동실 또한 개구부와 틈을 두어 빛과 공기의 흐름을 허용하며, 거주의 감각이 외곽까지 연속되도록 계획되었다.
풍은재는 조선 시대 유학 건축의 대표작인 옥산서원의 공간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옥산서원은 외부와 내부, 공공성과 사적성을 이분법적으로 구획하지 않고, 회랑·중정·누마루를 통해 공간의 흐름과 감각을 전이시킨다. 사용자 역시 기능보다 분위기와 질감을 먼저 경험하며 공간의 위계를 자연스럽게 인지한다. 풍은재는 이러한 전통적 사유를 현대 주거로 재해석했다. 회랑은 단순한 동선이 아닌 심리적 완충 장치로, 중정은 자연과 감각이 교차하는 중심의 장(場)으로 작동한다. 누마루에서 산수를 조망하듯, 내부 시선은 산세·하늘·마당·바람이 흐르는 틈으로 구조화되며, 이는 ‘공간은 감각과 사유의 경로’라는 철학의 현대적 구현이다.
풍은재는 조용한 외형과 달리 구조와 재료가 섬세하게 조율된 긴장감을 품고 있다. 외피는 1층과 2층에 서로 다른 재료를 적용해 수직적 위계를 시각화하며, 기능과 감각을 이중적으로 반영한다. 2층은 백색 박판 세라믹 타일로 마감해 곡선의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햇빛을 산란시켜 은은한 빛 반응을 유도한다. 1층은 와이드한 조적재 기단부를 통해 안정감과 질량감을 확보한다. 이처럼 대비되는 재료는 곡선이라는 유기적 형상 위에 구조적 논리를 부여하며, 감각과 질서가 공존하는 건축 언어를 형성한다. 계단, 천창, 회랑, 중정은 단절이 아닌 연속성의 원리로 설계되며, 각 요소는 흐름의 논리에 따라 통합된 ‘짜여진 구조’를 이루어 거주의 경험 자체가 하나의 건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