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의 공간으로 스며드는 계절의 전이 ‘카페 로톤다’
대지는 원주시 간현관광지와 원주기업도시 사이의 호젓한 농촌 어귀에 위치해 있다. 마을 앞 도로변의 개천 위로 야트막한 구릉을 올라서면 너른 대지가 펼쳐진다. 이곳은 멋진 자연풍광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평안한 공간이다. 대지의 앞과 뒤로는 마을을 둘러싸고 도는 순하디 순한 산세가 아늑함을 준다. 이미 이곳에는 겨울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지만 대지 앞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의 갈댓잎이 살랑대며 찬연스레 겨울 햇살을 맞이한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의 첫 만남은 약 5년전 건축가가 클라이언트의 개인주택을 설계하면서 부터였다. 주변의 관광지와 기업도시가 활성화되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건축주는 주택을 카페로 용도변경,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주택 앞의 너른 대지를 이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구상하면서 다시금 건축가를 찾게 되었다.
이 건축물은 평탄한 주변 지형의 시각적 연속성을 그대로 실내공간으로 끌어들여 내부와 외부가 시각적으로 개방 혹은 열리게 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공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공간의 위계를 허무는 작업의 일환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곳이든 자연스럽게 머물고 다가갈 수 있다. 처마는 비를 맞지 않을 정도로 내밀어 처마아래에서 툇마루처럼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 더욱 주변과 관계성을 고려하였다. 이처럼 자연이라는 거대한 풍광은 유리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모호해진 경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안과 밖의 위계를 허물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자연과 물리적 공간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시간의 흐름, 계절의 전이, 햇살의 변화도 고스란히 실내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즉 투명의 공간이다. 출입구에 들어서면 라운드 형태로 만곡되어 있는 u자의 BAR를 만나게 된다. 이 바는 자연스럽게 기능적인 공간으로 콤펙트하게 구성되어 있는 로툰다 부분과 중접되면서 그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 공간은 평면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다.
남쪽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햇빛의 궤적을 따라 로툰다의 거친 텍스쳐는 보는 재미도 좋다. 햇빛이 비추는 공간의 기류는 시시각각 다른 형태로 내부공간을 재단한다.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빛의 궤적을 따라 그 모습을 바라보면 거친 로툰다의 형태를 따라 내리 긋는 빛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평면구성은 무척 간단한 공간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업공간의 경우 기능적인 공간들을 평면공간에 전체적으로 풀어내는 반면 카페 로톤다의 공간개념은 4면의 자연풍광을 담는 프레임이 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모든 기능적인 공간은 로툰다 중간에 콤펙트하게 위치시키고 수직 동선을 이용해 지하 혹은 2층으로 각각 남녀 화장실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느슨함과 경직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구조로 아마도 이 공간에서는 느슨함과 경직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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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카페운영에 대한 부분을 공유하며 좀더 계획을 구체화 시켜야만 했는데, 부득이하게 실내공간을 두차례에 걸쳐 면적 확장을 감행 해야만 했다. 실내 공간의 면적이 넓어지긴 했지만 그에 따라 더 길고 멀리 뻗을 수 있는 날렵한 처마가 상대적으로 짧아질 수 밖에 없었는데 정면에서 보여지는 비례감은 다행히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