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지형을 따라 나지막이 연속된 제주돌담이 휘감아 도는 곳, 제주공항으로부터 20여분 거리에 있는 대지주변에는 감귤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아늑한 느낌이 감돈다. 동쪽으로는 높은 축대가 있어 주변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고 2층 높이에서는 먼 제주바다가 보여 개방감까지 가지고 있는 대지이다. 하지만 주변에 민가가 거의 없어 인적이 무척 드물고 저녁시간에는 가로등 불빛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젓한 곳이기도 하다.
어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개방감이 큰 마당이 있는 집을 원하였지만 반면에 외부와 확실하게 차단되어 낮과 밤 언제든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마당을 갖길 원하였다. 특히 대지가 도로와 가깝게 접해 있고 도로를 따라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량의 시각적 간섭과 소음을 반드시 최소화해야만 했다.
물리적 구획과 확장
외부로부터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을 대지경계에 최대한 밀착시켜 앉히고 나머지 비워진 공간들의 경계를 2.4M의 콘크리트 담을 이용해 그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자 하였다. 특히 콘크리트라는 물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견고함은 외부 그리고 내부에서 건축물을 바라봤을 때 육중한 기단의 느낌을 갖게 하며 대지와 관계하는 1층 입면을 구성해나간다. 1층의 내부는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사뭇 다르게 무척 유연한 공간의 성격을 띠게 되는데 거실과 주방 그리고 수영장을 비롯한 외부놀이 마당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 무척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공간사이에 자연적인 요소가 개입되면서 더욱 다양한 행위들이 촉발되는 풍성한 공간이 된다.
2층의 공간은 1층과 대조되는 정적인 공간으로 채워진다. 높은 층고의 거실공간을 가운데 두고 부모와 아이의 공간이 서로 나눠지게 되는데, 부모와 자식 간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오고 가며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고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시시때때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층으로 확장되는 동선 또한 자유롭게 1~3층을 오고갈 수 있도록 하여 더욱 그 관계가 증폭될 수 있도록 하였다.
소통을 위한 켜, 가족 구성원간의 상호작용
2층에서 1층과의 관계는 계단 혹은 스파이럴 미끄럼틀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아이의 육체적인 발달과정을 이 두 매개체를 통해 다채롭게 실험해보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2층 통로에서 외부로 확장되는 테라스 공간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기를 바랐다. 외부에서 실내공간의 시각적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도 무빙루버도어와 공간적인 켜를 두어 안과 밖의 완충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완충공간을 통해 심리적으로 더욱 프라이버시와 아늑함을 공간에 녹여낼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은 1층 바닥레벨보다 약 600mm 정도 낮게 바닥을 만들어 별도의 기성 가구를 구매하지 않고 제작 방식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용도로의 변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