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하는 자연
대지는 평온하게 흐르는 남한강의 수평선을 따라 길이방향으로 석축 위에 놓여 있다. 정면에는 남한강 줄기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과 전망대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과의 시각적 간섭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 대지가 자전거길보다 약 2.5m 위에 위치해 있지만 가깝게 붙어 있어 실내공간에서의 시각적인 개방감을 가지면서도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마당으로 흐르는 공간의 전이
길이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대지이기 때문에 출입구의 위치에 따라 대지에서 위치별로 공간적인 특성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주 진입의 공간과 외부로부터 선택적으로 열리고 닫힐 수 있는 앞마당, 시각적 공간적으로 확장성을 부여한 뒷마당, 안방과 관계하는 가장 은밀한 안마당에 의해 내부공간은 외부와 무척 긴밀하게 연계되고 20%의 건폐율 안에 적용된 건축공간이 더욱 확장되어 대지 전체를 아우르는 개방감을 갖게 된다. 주거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마당인데 덩그러니 놓여 진 마당보다 적절히 공간이 그 쓰임과 내부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재단된 마당이 더욱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선택적 자연과의 관계 맺기 _ 담
대지를 감싸 안으며 만곡하는 지붕선은 주 진입과 안쪽 마당을 자연스레 가르며 대지를 흐른다. 무척 심플한 덩어리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지만 담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통해 건축물의 외부 공간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을 가로지르며 공간들을 직조해 나간다. 그 사이에 마당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그 공간을 통해 정원 혹은 외부로 뻗어 자연을 대지로 이끌어준다. 전면 마당에는 9.5M 길이의 전동 슬라이딩 도어를 이용해 필요에 의해 전면 마당과 남한강을 극적으로 연결해주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 이 공간은 후정부터 거실을 거쳐 전면마당을 지나 자연을 실내로 유입하는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건축적 장치가 된다.
마당뿐만 아니라 1층과 2층으로 오르는 만곡된 계단을 통해 시각적인 전이가 이루어지고 남한강을 관망하기 위한 커다란 창을 마주하게 된다. 박공지붕의 형태에서 오는 공간감은 무척 대채롭다. 만곡된 용마루의 형태가 실내공간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공간들이 부드럽게 얽히는 느낌을 준다. 용마루를 따라 시선을 뻗으면 양 끝단에 각각 성격을 달리하는 두공간이 펼쳐지는데, 이 공간에 다다르면 삼각형의 특징적인 창을 통해 외부로 극적인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부유하는 수평선
깬벽돌과 일반벽돌을 외벽에 적용하여 빛의 입사각에 의한 건축공간에 표정을 주고 싶었다. 담과 외벽이 그 위치와 성격에 따라 벽돌의 크기와 표면의 질감을 달리 적용하였는데, 건축물의 본체와 일체화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공간을 규정하는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20%의 건폐율에 의해 지붕을 덜어내야 했던 후정의 경우 박공지붕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루버와 함께 그림자와 빛으로 공간을 채워가는 느낌을 의도했다. 가로성이 강조된 건축물의 배치와 함께 공간들을 만들어가는 조적벽들의 수평선이 대지와 함께 안착되는 느낌을 준다. 대지와 벽돌이 만나는 사이에는 적절한 틈을 주어 좀더 경쾌한 입면의 비례를 줄 수 있었다.